Fiery orange flower petals with dewdrops on them.

여행 안내자: 캐롤 닐 이야기

저자

April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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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보이는 자리》(비아토르)에서 발췌한 이 글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친한 친구 캐롤의 이야기로 지옥 같은 인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격려합니다.

현재에 매여 있으면서 영원에 사로잡히려면, 종종 지옥 같아 보이는 세상에서 천국을 위해 살려면 이기심과 탐욕, 권력욕이 보상을 받는 문화에서 사랑과 겸손을 위해 살려면 분명 날마다 싸워야 한다. 이것은 영적인 싸움이겠지만, 그렇다고 덜 실제적인 것은 아니다. 삶과 죽음이라 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힘들은 자주 고통스럽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충돌한다. 이는 이 책에 언급한 이야기들이 잘 설명해 주지만,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내 친한 친구 캐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깊이 이해된다. 캐롤이 죽기 몇 달 전에 했던 인터뷰를 인용한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오히려 안심됐어요. 이유는 몰라요. 아마 죽는 일을 항상 두려워했는데 정말 죽음이 찾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는 죽음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으니까. 물론 그 뒤로 자포자기하기도 했어요. 1차 항암 치료를 받은 후에 팔 밑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거예요. 나는 그냥 무너졌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 거의 미친 듯이 암을 두려워했는데 막상 암이 바로 코앞에 찾아오니까 두렵지 않았어요. 만약 내가 다른 이유로 죽는다면 부끄러울 거라고 남편은 농담까지 했어요. 저는 평생 암 걱정을 워낙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암은 무서운 병이니까 마냥 누워서 받아들일 수만은 없어요. 그냥 팔짱만 끼고 있다가 당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가진 걸 모두 쏟아서 싸워야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제가 항암 치료를 선택한 이유예요. 나는 그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항암 치료를 하면 내가 지닌 모든 걸로 그 병과 싸우게 되는 거니까요. 알다시피 나는 아주 강력한 항암 치료를 받으려고 했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요.

그런데 이런 종류의 암에 걸린 사람의 생존율은 거의 영에 가깝데요. 십중팔구 사망하고요. 하지만 저는 묻지도 걱정하지도 않았어요. 이미 같은 병으로 세상을 등진 여동생을 통해서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숫자는 잊어버려. 남은 인생을 침대에서 시름시름 앓고 토하면서 누워있지는 않을 거야. 남은 모든 힘을 쏟아서 제대로 살 거야.”

자신의 삶을 위해서 싸운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세요? 저는 남편과 매일 복음서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복음서에 나오는 말씀이 제 생각을 날려버리지 뭐예요. 예수님은 당신이 느끼신 대로 행동하고 말씀하셨어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사랑하셨고요. 동시에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 그들과 맞붙으셨어요. 긍휼히 여기는 동시에 거침없이 솔직하셨어요.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열정을 지니며 살아보고 싶어요.

우리는 사사건건 사소한 문제나 생각에 매여서 시간을 낭비해요. 이제는 그걸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작은 일에 상처를 받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일에 매여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일이죠.

암 선고를 받고 나면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해요. 매 순간이 소중해요. 남편하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얼마나 소소한 원한을 품은 채 세월을 낭비했는지. 마음의 앙금을 풀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보거나 용서를 구하는 데 필요한 겸손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말했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암에 걸린 일은 내 삶의 모험이 되었어요.

지금 이 순간은, 바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시간은 우리 모두 똑같이 받았어요. 우리가 가진 전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그 일은 내일 할 거야.” “그걸 끝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어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오직 오늘만, 우리에게는 서로만 있을 뿐이에요. 지금 바로 우리 옆에 있고, 함께 살아가며 함께 일하는 사람 말이에요. 삶을 이렇게 보는 건 제게 큰 도전을 줍니다.

우리가 모두 치열해지고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각자에게는 살아야 할 인생이 있잖아요. 일단 그걸 발견하고 난 다음에는 그 삶을 위해 살아야 해요. 우리가 찾은 것을 계속 따르기 위해서는 그걸 방해하는 다른 것은 모두 포기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예요.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면 우리의 모든 열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캐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확률은 통계적으로 높지 않다. 앞에서 소개한 내 손자 딜런의 예와 같이 우리 중 오직 일부만 희귀한 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삶은,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삶처럼, 그들이 겪는 고난보다 더 의미가 크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인기나 매력, 개인적 카리스마로 얻는 세상의 행복은 맛보지 못할지라도, 더 깊고 영원히 지속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남을 사랑하고 남에게 사랑을 받을 때 얻는 행복 말이다. 그런 행복은 ‘삶의 질’에 의존하지 않으며 환경이나 유전적 기질에 제한을 받지도 않는다. 이런 행복이 비추는 빛 앞에서는 자기혐오의 감정도 사라진다. 또 그 안에서는 아무리 비참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도 하나님이 주신 삶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할 때 찾아오는 깊은 만족도 누릴 수 있다.


희망이 보이는 자리》(비아토르)에 실린 글을 인용했습니다.

Carole Neal. 캐롤 닐
지은이 Johann Christoph Arnold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저자는 결혼, 부모역할, 교육, 노년 등을 주제로 활발한 저작, 강연 활동을 했으며,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에서 목사로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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