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ccount Sign Out
My Account
    View Cart

    Subtotal: $

    Checkout
    an old brick wall

    너무나 소중한 할아버지 할머니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2020년 05월 15일 금요일

    다른 언어들: English

    0 의견
    0 의견
    0 의견
      등록

    인생의 끝을 바라보며 나이 듦의 의미를 묻거나 삶의 목적과 해답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나의 노년을 더 즐겁고 더 신나게 보낼까요?”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묻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님께서 나의 남은 날들을 당신의 목적에 맞게 쓰실 수 있을까요?”

    받으려 하기보다는 주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제대로 쓰실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각자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다른 이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내 나이 또래 사람이 중요한 일을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 왔다.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할머니, 대가도 없이 각종 위원회나 협회 같은 곳에서 봉사하는 할아버지가 무수히 많다. 그들은 교회와 로터리클럽, 재향군인회, 지역 무료 급식소에서 장시간을 봉사한다. 자식을 어린이집에 맡길 형편이 안 되는 아들딸이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이도 많다.

    이들의 섬김은 돈이나 눈에 보이는 결과로 따질 수 없는 숭고한 것이다. 지폐나 동전으로 그 값을 매길 수 없다. 언제 하나님이 이렇게 물으시던가? “너는 평생 돈을 얼마나 벌었니?” “네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니?”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었니?” 하나님은 그렇게 묻지 않으신다. 나눠 주고 섬기는 일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특별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아이들에게 정성을 들일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말이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 아이의 역사 공부를 도와주는 건 어떨까? 내 아이들도 어릴 적 수학과 역사를 공부할 때 나이 든 어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시나브로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들이 따르고 싶어 하는 본보기가 된다. 거창한 일을 함께 할 필요는 없다. 아내와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더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낚시나 도보 여행, 야구 경기장이나 음악회에 어린아이나 십 대 아이를 데리고 가면 그 아이에게 평생 남을 견고한 우정을 쌓을 수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손주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애썼다. 그 시간이 아이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손주 여럿에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쳤다. 때때로 마음을 졸이긴 했지만 인생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중학생이 된 티모시를 아침 산책에 초대해서 토론을 하곤 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나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몇 년 후에 티모시는 학교 잡지에 그때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 했다.

    산책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을 시작하셨다. “티모시, 내 생각에는 이제 벌치기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구나. 바쁜 네 아빠에게 부담만 되고 벌들이 꿀을 모으는 것도 신통치가 않잖아. 사실 너무 번거로운 일이잖니. 물론 나도 꿀을 좋아하기는 해. 하지만 보아하니 벌통값도 안 나오는데, 네가 벌을 기르느라 들이는 비용하고 시간 값도 못 하는 것 같구나. 네 생각은 어떠니?”

    따뜻한 봄날이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아침 비에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풍겼다. “음, 전 예전부터 벌치기를 좋아했어요. 벌은 좋은 꿀을 만드니까요. 아빠하고 일하는 것도 좋아요. 으… 모르겠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이셨다.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머리를 써라! 생각이라는 걸 해! 내가 방금 네 생각하고 다른 얘길 했다. 그러면 넌 뭐라고 말해야겠니?”

    나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자기 할아버지하고 논쟁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다고? 난 발밑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 이제 뭐라고 대꾸할 테냐?”

    그때 문득 옛날에 읽었던 책이 기억났다.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할아버지, 아주 오래전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요. 만약 아무도 벌을 치지 않으면 세상은 7년 안에 끝이 난대요! 그것 봐요, 하실 말씀 없으시죠?”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지셨다.“세상에, 그건 몰랐네.”하지만 곧바로 심각해지셨다. “들어봐 티모시,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말해주마. 네가 자라면서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서란다. 너, 독서 좋아하지? 좋은 습관이야. 하지만 하나님은 네게 머리를 주셨으니, 그걸 어떻게 쓰는지도 배워야지. 그건 다른 사람하고 의사소통을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거란다. 절대 잊지 마라.”

    절대 잊지 않았다. 계속 길을 걷는데 할아버지가 다시 언성을 높이셨다. “난 하나님이 벌을 창조하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귀가 고안해낸 거야! 얘기해봐라, 왜 하나님이 고약한 침을 가진 벌 같은 걸 만드셨는지!” 난 조금 당황했다. 그런데 옆에서 할머니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를 봤더니 눈이 장난스럽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런 만남은 보물과도 같다. 미래를 위해 아주 값진 만남이다. 고대 사회는 이를 우리보다 더 잘 이해했다. 작가 켄트 너번은 한 아메리카 인디언 원로가 한 말을 이렇게 전한다.

    인생을 길게 뻗은 선으로만 보고, 양쪽 끝에 있는 어린이와 노인은 약하고 가운데 있는 사람만 강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만 중요하다고 하면, 어린이와 노인 속에 감춰진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만다. 어린이와 노인이 공동체에 보탬이 안 된다고 해서 그들을 선물이 아니라 짐으로만 여기고 마는 꼴이다.

    그러나 어린이와 노인은 서로 차원이 다른 선물이다. 노인에게는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있다. 인생의 먼 길을 여행해 왔기 에 우리 앞에 놓인 길에 관한 지혜를 들려줄 수 있다. 우리가 막 배우려고 하는 것을 그들은 이미 삶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나이 든 이에게 선물이고, 나이 든 이도 어린이에 게 선물이라는 것을 아는가? 아침과 저녁이 하루를 완성하듯이 어린이와 노인이 인생의 여정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살면서 숱하게 부딪혔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귀한 섬김이다. 성경에 나오는 욥은 이렇게 말한다.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욥 12:12). 젊음은 천하무적의 정열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 쉽게 깨지기도 한다. 젊은이가 인생이라는 여정에 첫 발을 내딛고 걸어가다가 험난한 길을 만나면, 우리 나이 든 사람은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도우며 안심시킬 수 있다. 숱한 폭풍을 이겨 낸 사람은 자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만큼 많은 지혜를 지니기 마련이다.

    파라과이에서 가난한 이를 위해 일하는 알도 트렌토 신부는 이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다.

    노년이 위대한 이유는 지혜를 지녔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도 중요한 바로 그 지혜 말이다. 젊은이는 인생길에서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마련이고, 노인은 그 문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줄 수 있다.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나이 든 사람을 먼저 찾아간다. 문제를 알아듣기 쉽게 풀어주고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 사람을 찾아간다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경험이 없는데 말이다. 경험이란 행동만이 아니라 판단까지도 포함한다. 노인의 지혜에는 경험과 판단력이 배어 있기 때문에 “젊은이, 이 길로 가게. 이 길이 자네에게 가장 좋은 길일세” 하고 조언해 줄 수 있다. 나이 든 이는 우리 인생의 벗이라는 것, 나에게는 이것이 노인의 본질이다.

    나이 든 우리들이 해줄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기도일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를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한 모임에서 내 손자 티모시를 위해 축복 기도를 해주었다. 그가 몇 해 전 로마에 있는 한 노인요양원에서 한 말이 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떤 날에는 힘든 일만 있고 약속이나 모임도 별로 없어서 지루하고 허무한 기분이 들어도 가슴 아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사회의 재산입니다. 고통 받고 아픈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하라고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자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견고한 믿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교회와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세상이 겪는 어려움을 위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세상에서 폭력이 멈추게 기도해주십시오. 나이 든 사람의 기도는 세상을 보호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같이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기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노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 전부라고 해도 괜찮다. 사실 이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할일 수도 있다. 바울도 하루빨리 죽어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원했지만, 이 땅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이들 곁에 거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 씨름했다(빌 1:22-24).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지 다른 이들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기도하며 살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나이 드는 내가 좋다》(포이에마)에서 인생 후반 전, 삶의 의미와 평화를 찾는 아름다운 지혜를 만나세요.

    an old man and a boy looking at a book
    지은이 JohannChristophArnold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저자는 결혼, 부모역할, 교육, 노년 등을 주제로 활발한 저작, 강연 활동을 했으며,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에서 목사로 섬겼다.

    더 알아보기
    0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