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로 충분한가? 나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히틀러의 새로운 정부 아래에서 천여 명이 넘는 사람이 재판도 없이 부당하게 죽임을 당해왔다면,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닌가? 수십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당한다면, 그것이 전쟁 아닌가? 아시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갈 때 북아메리카와 다른 곳에서 수백만 톤의 밀이 비축되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닌가? 수많은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키며 수백만의 어린 생명이 낙태되는 상황은 전쟁 상황이 아닌가?

서민들이 노예처럼 일해야만 자녀에게 먹일 우유와 빵을 힘겹게 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전쟁과 같지 않은가? 가난한 가족은 단칸방에서 살아야 하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공원으로 둘러싸인 호화 저택에서 살고 있다면, 그러한 현실은 전쟁과 같지 않은가? 기본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엄청난 은행 예금을 갖고 있다면, 이것은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닌가? 매년 교통사고로 수천 명이 죽어간다면, 이 또한 전쟁과 같지 않은가?

나는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는 반전주의를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전쟁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나는 전쟁의 뿌리인 사적 소유와 자본주의를 손에 쥔 채로 입으로 만 떠드는 반전주의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경쟁자들을 쓰러뜨리는 사업가들과, 심지어 아내와도 평화와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지내는 남편들의

반전주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반전주의’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평화의 옹호자이다. 예수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나는 평화를 삶의 총체적 영역 속에서 이야기해야만 한다.


-에버하르트 아놀드의1934년 8월 9일, 17일 연설 내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