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떨어진 시골에 살다 서울로 이사한지 며칠 되지 않아 장모님과 처남 내외 조카들이 방문해 밥상에 둘러앉았다. 무슨 특별한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느티나무 고목을 버리기 아까워 잘라 만든 테이블이 밥상 겸 찻상이다.

현미와 잡곡이 섞인 밥과 김치, 나물무침과 불고기, 된장찌개. 늘 먹는 밥상 그대로다. 좁은 거실에 많은 사람이 밥상에 둘러앉다 보면 서로 무릎이 맞닿고 젓가락이 부딪치기도 한다. 어린 조카를 안고 있던 처남댁이 밥을 먹기 힘들면 옆에 있는 올케가 아이를 대신 안아주기도 한다. 밥상은 그저 함께 앉아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다. 밥상 자체가 하나의 또 다른 유기체처럼 따뜻한 온기를 유지한 채 밥상에 둘러앉은 각자에게 살아갈 힘을 나누어준다.

꼭 가족들만 이렇게 밥상에 둘러앉는 것은 아니다.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의 동료들이 방문해 함께 밥을 먹는 일도 잦았다. 지나가는 길손에게도 스스럼없이 정성껏 밥을 대접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이었다. 부모님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연스레 따뜻한 밥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그런 일이 드물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소득은 놀랍도록 늘었는데 함께 밥상에 둘러앉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줄었다. 못내 허전하고 서운한 ‘풍요’의 길로 우리 사회가 달려가고 있다.


글쓴이 김성희는 농부들, 소비자들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협동조합 운동 한살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